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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이야기

이직 수락을 했는데 더 좋은 오퍼가 왔을 때

by 펄오팔 2022. 3. 25.

열심히 인터뷰해서 오퍼를 받았고 수락도 했다! 그런데 다음날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오퍼가 왔다면?


그 일이 저에게도 일어났습니다.

당시 나는 어느 인터내셔널 컨설팅 펌에서 고강도의 노동을 비교적 싼값에 하고 있었다. 세일즈포스라는 굉장히 ‘핫’한 프로덕트 관련 종사하고 있었고 2년이 넘게 컨설팅 답게 고강도의 일을 (빡세게) 하며 실력이 늘고 그 와중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도 12개를 땄음에도 2년째 연봉이 동결확정이란 소식을 들었을때 이직을 결심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회사 A의 오퍼를 받았을때, 물론 기뻤다. 회사 A는 호주회사이지만 전세계 오피스가 있는 유명한 회사이고, 아직 접해보지 않은, 미래가 제법 보장된 필드인 전통적인 금융권이었고 인터뷰때 참여한 팀의 다양성도 합격이었고 사실 내 경력이 롤보다 낮은 상태였는데 그것을 감안하고 새로운 롤을 나에게 맞춰서 만들어 오퍼해준 케이스였다. 어렵기로 유명한 적성검사가 있었는데 내 성적이 상당히 좋았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터뷰에서 적성검사 시키면 거기에 굳이 시간+인적낭비를 하고싶지 않아 거르는데 이 회사는 굳이 예외를 두고 하는김에 공부까지 주말내내 열심히 해서 임했을 만큼 마음에 드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회사 B가 있다.
회사 B는 사실 변수였다. 이력서를 넣을때도, 인사과 스크리닝 전화가 왔을때도, 인사과 직원과 첫 인터뷰를 했을때 까지도 사실 나는 이 회사에서 만약 오퍼가 오더라도 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회사 B는 중국에 본사가 있는 인터네셔널 성공을 거둔 인터넷 회사로 시드니에 오피스가 세워진지 1년도 안된 스타트업 컬쳐의 회사였고 근 몇년간 중국관련 모든 뉴스가 그렇듯 정치적 폭풍을 몰고다니는 중이었다. 트럼프 정권때는 적극적으로 미국시장에서 퇴출시키려해서 매일 뉴스에 나왔던 회사였다.

중국회사는 이미 알리바바 잭 마의 발언처럼 9-9-6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주일에 6일 일하기) 컬쳐가 유명하고 게다가 스타트업 컬쳐이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할게 자명했다. 이 회사는 그리고 세일즈포스를 쓰지 않고 자기네 회사들이 많든 CRM 시스템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쌓은 경험으로 내가 쌓고있는 경력에 바로 더하기는 어려웠다.

회사 A 인터뷰 시작이 먼저였지만 스타트업 답게 회사 B의 채용과정이 몹시 빨랐기 때문에 최종 인터뷰는 비슷한 시기에 보게 되었다. 나는 인터뷰에 임할때 최선을 다해서 회사가 나에게 프로페셔널하게 빠져서 나를 꼭 영입하고 싶다 라고 느끼게 만드는것이 목표인데 A 최종 면접이 테크니컬하게 어려웠지만 일말의 확신을 느꼈는 반면 B 의 GM과의 최종 인터뷰는 무난했지만 속을 읽기가 어려웠다. 업계 잔뼈굵은 노련한 제네럴 매니저의 저력이 아니었나 싶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 인터뷰 평은 '수퍼스타' 였다고 한다. (수퍼스타 = 어떻게든 영입해라.)

A에서 오퍼를 받고 첫 연봉제시를 받고 네고를 해서 더 올렸다. 그 당시 직장에서 40% 넘는 연봉인상 이었고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구두 수락을 했다. 레프런스 체크 링크가 와서 레프런스도 보냈고 나중에 들어보니 레프런스 체크가 엄청 꼼꼼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예상치 못하게 B에서도 오퍼가 왔다. 이때 나는 사실 당황했다. 우선 오퍼가 올거라는 확신이 없었고 이미 구두로 회사 A 이직 제안 수락 했기 때문에 당황했다. 당연하게 A를 갈것이고 B는 오퍼가 와도 안 갈거라고 생각했던 초반과는 달리 나는 엄청 흔들렸다. 왜냐하면.

회사 A 좋은 점 별로인 점
유명한 이름.
전통적으로 보장된 안전한 업계.
세일즈포스 프로덕트.
일을 많이 하긴 하겠지만 스타트업정도는 아님.
테크니컬한 커리어패스로 가고싶지 않은데 테크니컬한 롤 (엔지니어)

회사 B 좋은 점 별로인 점
유명한 이름.
미래의 업계 (인터넷).
새로운 방향 (중국회사).
플랫폼 매니저 롤.
+ 고려하고 있는 비지니스 커리어패스가 열려있음.
정치적 잡음 (중국회사)으로 인해 평이 안좋음.
독자적인 CRM시스템.
일을 많이 함.


그리고 이 시점에서 구글로 '이직수락 이미 했는데 거절해도 되는가' 검색을 엄청 많이 했다.
결론은... 됩니다만 다음부터는 더 신중하십시오, 입니다.

구두 수락이던 심지어 계약서에 서명을 했어도 일 시작하기 전에 그만둘수 있다. 평판이 안좋아 질수는 있겠다.
죄책감때문에 마음이 떴음에도 다니다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며 회사와 본인의 시간을 낭비하는것보다 차라리 일찍 말해주는것이 낫다. 그 회사에서도 빨리 다음 후보에게 오퍼를 넣을수 있도록.

물론 거절을 할때 최소한 직접 전화통화로 일말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제대로 이야기하는것이 좋다. 나의 경우는 큰 회사여서 그런지 인사과가 이런일이 왕왕 있다는듯 알려줘서 고맙고 혹시 이유를 알수 있냐고 연봉때문이냐고 물어봤었다. 물론, 카운터오퍼를 이용해서 연봉네고로 당시 연봉보다 50%를 올려서 수락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봉 때문만은 아니었고 워낙 회사 A와 회사 B의 성질이 달랐기 때문에 타당한 이유가 되었다. 깍듯한 마무리 감사 인사도 잊지 말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사실 고민이 많았고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주 다행히도 그럴일은 없었다.